[시민사회 네트워크 확장]2021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2021-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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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난해 전 지구를 휩쓸었다. 대유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집단 감염의 확산 속에서 인류는 많은 것을 새롭게, 그리고 고통스럽게 경험하고 있다. 최첨단 과학기술을 지닌 나라에서조차 수많은 사람들이 속절없이 병마에 쓰러지고 있다. 흡사 소리 없는 전쟁처럼 희생자가 늘어가고 있다. 경제적 고통과 불확실성도 시간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가장 중대한 변화는 일상에서 일어나고 있다. 모두가 갑자기 찾아온 단절의 시간을 고통스럽게 버티고 있다. 단절은 격차를 키우고 고립과 배제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위기를 겪으며 인류는 익숙했던 일상, 우리 사회와 문명, 그 터전인 지구가 직면한 위기에 대해 보다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누렸던 것들이 얼마나 불안하고 불완전한 기반 위에 위태롭게 서 있었던 것인지 알아가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서로, 세상 만물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느껴가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일들은 과거 우리가 했던 일들의 결과이며, 지금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 현재와 미래에, 지구 어딘가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1년 새해를 맞으며 우리는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사유한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공존하기 위해서는우리가 맺어온 관계와 우리가 만들어온 질서를 변화시켜야 한다. 우리가 편리하고 효과적이고 현실적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을 되돌아봐야 한다. 과연 무엇이 중요한지 성찰하여 우선순위를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공존을 위한 전환, 공존을 향한 새로운 연대가 절실하다.


2021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우선, 당면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 위험으로부터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켜내고 경제적 사회적 위기를 완화하기 위해 연대하고 행동할 것이다. 특히 재난위기 수습과정이 도리어 사회적 격차와 불평등, 차별과 폭력, 생태계와 기후의 위기를 더 악화시키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거대기업과 자본에 집중된 부를 사회적 약자에게로, 국가와 중앙정부로 집중된 자원과 권한을 지역과 마을로 나누게 할 것이다. 한정된 사회적 생태적 자원을 특권 기득권층이 아니라 가장 고통 받는 곳에 지속가능한 내용과 방법으로 투입하여, 위기 대응이 사회경제적 정의와 생태적 정의의 회복으로 귀결되게 할 것이다.


2021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정치를 바꾸어 공존을 향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연대하고 감시하고 행동할 것이다. 편협하고 획일화된 편가르기 속에 다양한 민의와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구겨 넣고 재단하는 과두 정치의 기득권 구조 아래서는 이 위기를 넘어서기 어렵다. 민주적으로 통제되고 민의에 의해 작동되는 다양성의 정치로 바꿔야 한다. 변혁과 전환은 우리의 일상에서 일어나야 한다. 성폭력, 성차별을 비롯한 모든 폭력과 차별에 도전할 새로운 정치, 자연과 사람을 살릴 새로운 정치를 노동과 생활의 공간에서 시작할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과장하고 공포와 적대를 부추겨 살상무기의 개발과 군비경쟁에 매진하는 전쟁의 정치를 위태로운 시민의 일상에 진정한 ‘안녕’을 가져다주는 평화와 상생의 정치로 바꿔나갈 것이다.


2021년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공존을 위한 새로운 질서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시민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나갈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유지해온 체제는 다른 누군가를 짓밟고 착취하며 모든 생명이 살아갈 터전을 파괴하여 단기적인 이윤추구의 도구로 삼아왔다. 무한경쟁의 질서를 협동과 공생의 질서로 바꾸기 위해 성찰하고 행동할 것이다. 지배와 탐욕을 정당화하고 죽음을 불러오는 체제와 단호히 맞설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비록 더딜지라도 사회구성원의 공감과 합의, 국경을 넘어서는 연대 속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의 미래, 노동의 미래, 연대와 협동의 미래, 한반도와 지구의 미래를 찾아가기 위한 공론장을 확대할 것이다. 지구와 인류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경을 넘어 연대하고 협력할 것이다.


2021년 올해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20년 동안 우리 사회와 정치구조를 개혁하고, 민주적 공론장을 확대하며, 시민개혁 주체들의 정체성과 협력구조를 보다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시민사회를 보다 다채롭고 튼튼하게 발전시키고 시민과 활동가들의 역량을 키우고 역할을 높이는 일에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왔다.


하지만 우리가 걸어온 20년의 길에는 촛불혁명의 빛도 팬데믹의 어둠도 모두 각인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 택배노동자의 잇단 죽음, 최악의 출산율과 자살율, N번방, 70년의 전쟁과 대결, 인류세와 탄소발자국, 이 모두가 우리의 자화상임을 숨길 수 없다. 공존을 위한 전환은 우리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난 20년간 굳어져 익숙해진 낡은 틀을 깨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행동하는 시민들과 시민사회의 동료단체들에게 더 신실한 친구, 쓸모 있는 개혁의 도구, 권력의 감시자, 더 너른 협력의 마당, 더 다양한 상상력과 활력의 충전소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혁신할 것이다. 다른 세상을 앞당길 새로운 연대의 현장에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늘 함께 할 것이다.


2021. 1. 20.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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