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네트워크 확장][2026 신년하례회] 2026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2026-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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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신년사]

 

비상(飛上), 시민과 함께 연대의 힘으로



지난해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를 위한 성찰과 희망이 교차하는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가 밝았습니다.

 

2025년은 우리 모두가 칠흑 같은 어둠을 경험한 동시에, 가장 아름답게 반짝이는 빛을 목격한 시간이었습니다. '비상(非常)계엄'이라는 시대착오적 유령과 마주하며, 헌법 정신을 파괴하고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했던 반문명적 시도 앞에 우리 사회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그 공포의 순간을 끝낸 것은 총칼도 아니고, 무도한 권력도 아니었습니다. 무너져가는 민주주의로부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뜨거운 연대였습니다.

2026년 시민사회는 그 고통스러운 '비상(非常)'의 기억을 딛고, 새로운 '비상(飛上)'을 선포하고자 합니다. 이제 위기는 끝이 아니라 우리가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한 도약대가 되어야 합니다. 비상은 화려한 수사가 아닌, 처절한 성찰의 토대 위에서 가능합니다. 우리 사회는 박근혜 탄핵 이후의 과정을 통해, 구호뿐인 비상의 허망함을 이미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습니다. 불법 비상계엄 직전의 복합위기 시대에 대한 진단과 분석은 여전히 큰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곧 진정한 비상의 시작점입니다.


단순히 내란을 청산하고 그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은 광장 민주주의의 소중한 성과를 무기력하게 유실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다시는 국가 권력이 시민의 삶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불안정한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지난 비상계엄 사태는 우리 헌법 체계가 독재의 유혹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 그리고 87체제 이후 38년이나 된 낡은 옷이 우리 몸에 얼마나 위험한지를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증명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내란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하고, 주권자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민주주의 재구성'을 위한 헌법개정에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 개헌은 정치권의 권력 배분을 위한 공학적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어느 기관도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없도록 권력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재설계하는 과정이어야 함은 물론, 현재의 시대정신을 담아 기본권을 확장하는 개헌이어야 합니다. 시민사회는 개헌의 주체인 주권자 시민의 목소리가 삭제되지 않도록 공론장 구성을 포함한 의견 전달 체계를 점검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주권자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도록 견인할 것입니다.

 

지난 내란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고, 기후 위기가 보내는 엄중한 경고는 도리어 선명해졌습니다. 정치적 혼란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넘어, 우리 삶의 터전 자체를 지키는 대전환을 시작해야 합니다. 기후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하는 단단한 안전망을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담대한 공동체적 체질 개선을 위해 다시 시민적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분단이라는 민족적 슬픔과 고통을 이용해 무도한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위태로운 시도로부터 지켜낸 민주주의의 승리는, 이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를 향한 거대한 동력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접경 지역의 불안과 전쟁의 위협을 권력 유지의 수단으로 삼는 불행한 역사를 끝내고, 한반도의 평화를 복원하며 일상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 체제 구축에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적대를 부추기는 모든 시도를 시민사회의 눈으로 감시하고, 평화가 곧 시민의 권리이자 번영의 토대임을 증명하는 평화 파수꾼으로서 시민사회의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모든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혐오의 정치가 그어놓은 경계를 허물고 일터에서도 안전함을 확보함과 동시에 '우리'라는 공동체를 회복해야 합니다. 플랫폼 노동자와 불안정 노동자를 비롯해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들의 권리가 온전히 보장받을 때,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진정한 통합의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구조적 성차별을 철폐하고 실질적으로 성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것은 우리 민주주의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시간 우리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오만한 부정 아래, 성평등 전담 부처를 무력화하고 퇴행을 거듭해 온 정부의 뒷걸음질을 목격해야 했습니다. 이제 혐오를 동력 삼는 정치를 멈추고, 일터와 가정에서 여성이 마주하는 불평등의 근간을 뿌리부터 바꿔내야 합니다.

 

안전한 사회를 향한 국가의 무한 책임을 감시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소홀히 취급되면 안됩니다. 이태원 참사와 제주항공 참사의 진실은 여전히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회적 참사 앞에 국가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권력이 무너지는 과정 또한 참사가 남긴 강력한 경고이자 사회적 교훈입니다.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안전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원칙이며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과오 앞에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시민사회를 통제의 대상이나 동원의 수단으로 보던 윤석열 정부의 낡은 관성을 완전히 폐기해야 합니다. 시민사회는 국가의 부족함을 채우는 협력자이자 권력을 감시하는 건강한 비판자입니다. 시민사회의 공공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시민참여가 제도적으로 확보될 수 있도록 공익활동 지원 체계를 혁신해야 합니다. 국민주권정부의 핵심이 관 주도의 성장이 아닌 시민 주도의 협치임은 누구도 쉽게 부정하지 못할 것입니다.

 

시민의 힘으로 내란의 위기를 극복한 우리에게 2026년 지방선거는 되찾은 민주주의를 각 지역의 삶 속으로 확산시키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격적인 시작입니다. 이제 정치는 거대 담론을 넘어 시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책임 있는 자세로 그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합니다. 유권자가 던진 한 표의 가치가 지역에 상관없이 평등하게 빛나고, 성별의 장벽이나 소수의 소외 없이 모두의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될 때 비로소 공정한 선거의 토대는 완성됩니다. 내란 청산의 분주한 과정 중에도 우리가 제도적 정교함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켜낸 민주주의를 가장 존엄하게 예우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반드시 직선으로만 흐르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굽이치고, 때로는 뒤로 물러나는 듯 보이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결국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것은 언제나 역동성 있는 시민들의 힘이었습니다. 2026년,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비상(非常) 상황'에 대한 분노를 '비상(飛上)'하는 희망으로 바꾸겠습니다.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은 지난 비상계엄의 어둠을 낱낱이 태워버리고, 우리 사회의 멈춰버린 민주주의를 다시 뛰게 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시민과 함께 연대의 힘으로 저 높은 희망의 하늘을 향해 거침없이 비상(飛上)합시다.

 

 

2026년 1월 8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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